앰프의 심장, 전원부를 말하다
아무리 훌륭한 앰프도 전기가 없으면 그저 금속덩어리에 불과하다
오디오에서 앰프는 음악의 생명력을 증폭시키는 엔진과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앰프라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단순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욱이 전원부가 부실한 상태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는 앰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앰프는 결국 전기를 먹고 사는 전자기기니까요.
그래서일까요?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의 설명에서 “500VA 용량의 전원트랜스”, “총 정전용량 20,000μF”,
“우수한 리니어 전원부 채택” 같은 문구는 너무나 익숙합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양파 정류”, “파이형 평활회로”처럼 다소 생소하고 기술적인 용어들도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앰프의 전원부란 무엇이고 어떤 구조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전원부의 기본 구성
앰프의 전원부(Power Supply)는 다음과 같은 4단계로 구성됩니다.
1.전원 트랜스포머 (Power Transformer)
2.정류 회로 (Rectifier Circuit)
3.평활 회로 (Smoothing Circuit)
4.정전압 회로 (Regulator Circuit)
이 과정을 거쳐, 입력된 220V AC 전기는 앰프 내부에서 사용 가능한 DC 전기로 변환됩니다.
1단계: 전원 트랜스 – 전기의 첫 관문
일반 가정의 벽 콘센트를 통해 들어오는 220V 교류(AC)는 가장 먼저 전원 트랜스를 만납니다.
트랜스포머는 입력 전압을 감압 또는 승압해주는 장치로, 1차 코일과 2차 코일의 감긴 수에 따라 출력 전압이 결정됩니다.
• 2차 코일이 덜 감기면 감압,
• 더 감기면 승압이 됩니다.
오디오 앰프에서는 주로 토로이달(Toroidal) 트랜스가 쓰입니다.
도넛 형태의 이 트랜스는 EI형 트랜스에 비해 노이즈와 누설 자속, 임피던스가 낮아 고음질 재생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2단계: 정류 회로 – 교류를 직류로 바꾸다
트랜스를 통과한 전기는 여전히 교류입니다. 하지만 앰프 회로는 대부분 직류(DC) 전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정류 회로에서 방향성을 하나로 정리해 줍니다.
정류를 통해 만들어진 전류는 맥류(Ripple Current)라고 부르며, 외형상 위쪽 반파만 남아 톱니처럼 들쑥날쑥합니다.
이 맥류는 다이오드를 사용해 다음과 같이 정류됩니다.
• 반파 정류(Half-wave): 다이오드 1개
• 전파 정류(Full-wave): 다이오드 2개 또는 4개의 브리지 정류(Bridge Rectifier) 방식
브리지 정류는 특히 많이 쓰이며, 교류 60Hz 기준, 120Hz 주기의 맥류를 출력합니다.
3단계: 평활 회로 – 들쑥날쑥한 전류를 다듬다
정류 회로를 통과한 맥류는 직류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를 다듬는 작업이 바로 **평활(Smoothing)**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대용량 커패시터를 붙이는 것입니다.
커패시터는 전기를 임시 저장했다가 전압이 부족한 구간에 이를 채워 넣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전류의 요철이 줄어들고, 보다 ‘매끈한’ 직류에 가까워집니다.
더 정밀한 평활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파이형(π형) 평활 회로가 사용됩니다.
구성은 간단합니다.
커패시터 – 초크코일(L) – 커패시터
이 회로는 일종의 로우패스 필터 역할을 하며, DC(0Hz)만 통과시키고 교류 성분인 60Hz 또는 120Hz는 차단합니다.
4단계: 정전압 회로 –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
마지막 단계는 전압의 안정화입니다.
입력 전압이나 부하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출력 전압을 보장하는 것이 **정전압 회로(Regulator)**의 역할입니다.
리니어 전원부에서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레귤레이터가 일반적이며,
일부 진공관 앰프에서는 진공관이 이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리니어 전원부 vs SMPS
지금까지 살펴본 구조는 이른바 리니어 전원부(Linear Power Supply)에 해당합니다.
이는 크고 무겁지만 음질적인 이점을 인정받아 많은 하이엔드 앰프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SMPS(Switching Mode Power Supply)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NAD, 코드(Chord), 서울루션(Soulution)처럼 SMPS를 고급화한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SMPS는 먼저 AC를 정류 및 평활한 뒤, 고속 스위칭 동작을 하는 MOSFET 등을 이용해 전류를 전원트랜스로 전달합니다.
이후 다시 정류 및 평활을 거쳐 원하는 전압의 DC를 출력합니다.
핵심은 스위칭 동작: 필요할 때만 전류를 흘려보냄으로써 열이 적게 나고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대신 고주파 스위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이즈를 제어하는 기술이 관건입니다.
마치며
리니어든 SMPS든, 전원부는 앰프의 심장이자 근간입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전원부의 설계와 부품 선택이 앰프의 성능과 음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앰프를 고를 때, 전원부의 구성과 철학을 살펴보는 것이 진정한 ‘오디오파일’의 시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